그녀와 꽤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하루 하루…
갑자기 웃음이 날 때가 있고, 그러다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잘모르던 사람과 가까워질 때 느끼게 되는 불편함도 솔직히 느껴집니다. 말하면 괜히 어색해질까봐 불편함을 꾹 참고 모른척하게 됩니다. 이 기분, 어색함 익숙해질까요?
생각해보면 아직 사귀자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내게 주문을 걸듯이, 내게 아직 거리감을 두려는 듯이, 제대로 고백도 하지 않았으니 우린 아직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합니다. 말만 하면 된다는 뜻일까, 거절할 수도 있다는 뜻일까…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이고 연락을 주고 받는데 – 거의 매일 만나고 있는데 이게 사귀는게 아니면 뭐냐고 묻고 싶지만 용기가 없어 참습니다. 그 말을 ‘공식적’으로 꺼내야 하는걸까 고민에 빠지던 어느 날 하루.
오늘 그녀가 야근을 합니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하려나봅니다. 생각해보면 혼자 저녁을 먹는건 자주 있는 별 일도 아닌데. 며칠동안 계속 저녁을 같이 먹다보니까 그러지 않는 하루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간사하게도. 마치 원래 그런 적이 별로 없었던 것처럼.
그녀에게 하소연을 해봅니다. 그러자 회사 근처에 오라고 합니다. 쪼로롬히 갑니다. 저녁을 먹습니다. 그녀는 동료들과 먹었다고 괜찮다고 합니다. 그녀를 앞에 두고 혼자 밥을 먹습니다. 괜히 일도 해야하는데 신경써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웃으며 기쁜 마음으로 밥을 다 먹고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녀와 그녀 회사 방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그리고 길을 걷습니다. 좋은 분위기에 용기를 내서 그녀 손을 잡았습니다. 심장이 뛰고 몸과 마음, 그리고 주위의 공기에 살며시 긴장감이 생깁니다. 한 걸음을 더 내딛고. 그녀가 갑자기 ‘왜 그래요’라는 말을 하면서 손을 놓습니다. 더 분위기가 어색해질까봐 웃습니다. 그리고 걷습니다. 뭐가 잘못된걸까요. 그녀의 회사 앞에 도착합니다. 인사를 합니다.
일을 하기 위해서 회사로 돌아간 그녀를 두고 혼자 길을 걷습니다. 차라리 가지말걸. 괜한 후회가 밀려듭니다.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아서일까’ 고민을 해봅니다. 회사 앞이라서 그러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 다른 좋은 사람이 생긴건 아닌지 의심도 해봅니다. 생각과 의심, 고민, 걱정, 속상함, 짜증… 여러 감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이럴 땐 술이나 마셔야 할거 같습니다. 그녀 마음은 정말 뭘까요. 그 말을 하라는 압력치고는 너무 매몰찬 느낌.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오바를 했던거겠죠.
하루, 이틀이 지나고 다시 그녀를 만났습니다. 그때의 일은 기억도 못하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밝은 모습. 왜 아직 고백 안하냐고 웃으면 묻습니다.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몰라서 저는 그냥 또 웃습니다. 그렇게 또 다정한 며칠이 지났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날의 일이 찜찜하긴 하지만 그녀도 아까운 시간, 아까운 청춘에 아무런 마음이 없다면 내게 이러지 않겠죠.
부산에 있는 부모님댁에 잠깐 내려와있던 그 날. 용기를 내서 메일을 썼습니다. 메일은 말할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지만, 말하는 것보다 마음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일테니까요. 편지는 중간 중간 중략!
부모님은 이제 주무시고, 방에 불을 끄고, 책상에 있는 스탠드를 켜고, MP3 볼륨을 적당히 맞추고, 노트북 앞에 앉았어.
나는 이제 서른이고. 살이 찌는 것 무감각한 것처럼 사실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별 고민이 없어서…
서른이라는 이름이 어디에 붙이더라도 운치 있어서 좋아.
‘서른의 봄’ , ‘서른의 오월’ , ‘서른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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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듯 서른이 오기까지 난 몇번의 연애를 했고, 또 그 수만큼의 이별을 했고,
꼭 그만큼의 사람을 보는 눈과 그만큼의 배움을 얻었던거 같애.
그리고 사랑과 이별에서 얻었던 기억과 추억, 경험을 모두 더한 내가. 이제 너를 만나게 되서 너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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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진짜 잘 지낼 수 있을거 같은. 진짜 우리가 서로 아끼고 배려할 수 있을거 같은. 그런 느낌.
따뜻한 봄날의 오후에 강아지가 뛰어다니고(강아지는 꼭 뛰어야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창이 있는 거실에서.
둘이 나란히 누워서 그 온전한 평화와 행복을 느낄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어.
니가 나에게 그래줄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을거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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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반가워요 단계는 지났으니까. ‘나와 함께해요’ 단계로 접어들자.
너무 고맙고. 이 행복한 기분 너무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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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랑 진짜 행복한 사랑을 시작하고 싶어.
나랑 사귀지 않을래?
그녀는 어떤 답을 줄까요? 그 답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서 메일을 썼습니다. 메일은 말할 용기가 부족했던 탓이지만, 말하는 것보다 마음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일테니까요.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이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에 이런 댓글이 ㅋㅋㅋ
한날님 안녕 :) 아침부터 댓글로 보니 반갑군요. 그러고보니까..
‘2011년7월은5번의금요일,5번의토요일,5번의일요일이모두한달안에…..’
처음 모임 시작때부터 얘기를 들어선지…두분이 친해지는 스토리아 멀게 느껴지지 않네여~은근 남친 자랑하는 지희가 요즘 너무 귀엽고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셈세한 글을 보니 털털한 지희와 남친분이 어떻게 잘 조화되고 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네여~앞으로도 아쁜사랑 하시고 지희에게 제가 젤 좋아라하는 연애스토리 업댓 받을께여^^
두근두근,, 운치 있는 서른에 편지를 쓰다.. 아 감동적이예요~ 그녀는 어떤 답을 할까요? ㅋㅋㅋㅋㅋ 빨리 업뎃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