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친척들을 만났더니 온통 스마트폰 세상이다. 작년까지도 이정도는 아니였는데… (정확히 안드로이드 세상!) 통계는 스마트폰의 보급율을 끊임없이 알려주지만. 어린 친구들은 그렇다치고 나이 지긋하신 고모에 큰아버지에 어른들도 다들 스마트폰을 쓰시는걸 보니 새삼 신기했다.

PC통신과 인터넷, 삐삐와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함축해서 경험하게 된 시대의 한 사람으로 신기함 조차도 너무 빈번해서 얼마 가지 못할 정도로 변화의 속도는 참 엄청나다. 나이든 어른들이 가끔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집(혹은 만화방)에서 모여서 TV를 봤다는 우화(!)를 얘기하곤 하는데 요즘은 그런 우화를 쌓기에도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듯 하다. 터치가 안되서 버튼을 꾹꾹 눌러야 하는 휴대폰을 썼다거나, 인터넷이 안되는 휴대폰을 썼다고하면 우화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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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강하게 받은 충격(!)은 이번 추석에 친척 집에 들렀는데도 컴퓨터 고쳐달라는 (컴퓨터가 느려졌거나, 자주 다운되는 현상을 해결해달라는) 말을 듣지 않았던 것이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변화가 실감나더라. (예전엔 그게 귀찮았는데 이제 내가 덜 쓸모 있는 인간이 된건 아닌지 씁쓸하기도…) 기웃거려보니 안방에 있는 컴퓨터 키보드에는 먼지가 쌓였고, 명절이니까 온라인 게임 한 번 하게 해달라고 조르던 풍경도 이제 없었다. 아이들은 그저 쉴세 없이 스마트폰의 잠금해제하고 뭔가를 두드릴 뿐. 생산도구로써의 컴퓨터의 존재는 물론 공고하지만 그도 언제 깨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통신 3사가 모바일의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던게 불과 이삼년전인데. 그런 세상도 이제 더 이상 없다. 생각해보면 통신사들이 문자메시지(SMS) 하나로 수천억대의 매출을 벌어들이던 시대가 있었는데. SMS 매출은 줄었긴 하나 여전히 큰 규모라고 한다(개인적으로 받는 문자 중 상당수는 광고/스팸 문자 + 카드사용 알림). 카카오톡과 같은 무료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그 자체로 이정도 규모의 플랫폼이 될거라는건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통신사의 매출이 줄어든만큼 카카오톡의 매출은 증가하지 않았고, 결국 그만큼은 사용자에게 돌아갔다. 그 사이 휴대폰 요금은 데이터 이용료로 인하여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통신사 입장에서 손해는 아니였을 것이다. 플랫폼 주도권을 잃었다는게 문제일 뿐.

가끔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그게 기술이든, 서비스든, 사람이든) 그 자체가 장점으로만 볼 수는 없는 세상이다. 변화가 빠른 세상에서는 오히려 가지고 있는게 때론 방해가 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물론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안하겠지만) 통신 3사는 죽었다 깨어나도 카카오톡 같은 서비스를 “먼저”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만들려고 했으면 3개월이면 만들었겠지만. 기획 및 의견 충돌에 2개월 정도. 구현하는데 외주 회사가 밤샘해서 1달 정도(ㅡㅡ). 가지고 있는게 너무 많으면(심지어 작을 때에도)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통신3사 뿐 아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도 늘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잘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해서 잘하면 잘될거라 생각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사이에, 웹과 모바일 사이에서 웹에 집중하며 템포가 한 발 늦어졌다. 중요한걸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알아도 지금도 쉽게 떨치지 못한다.

정말 큰 문제는 이 뻔하디 뻔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발 물러나서 돌아보면 참 바보같아 보이는데…

  • 2012년 10월 4일
  •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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