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쓰레기 문화를 원한다는 가정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 신경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뇌가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추구하고 반응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은 다른 종과 인간을 구분 짓는다. 비어 있는 정보를 채워 넣거나 퍼즐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두뇌는 답이 나올 때까지 거의 강박적으로 그 문제를 고민한다.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면 우리 뇌는 변화를 추적해 정황을 파악하거나, 바탕에 깔려 있는 논리를 분석하려 한다.
- 바보상자의 역습, 스티븐 존슨
미지의 영역 중에 하나였던, 인간-뇌-심리에 관한 연구나 관련된 책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거기서 느껴지는 통찰은 우리 인간이 참 뛰어난 존재이긴 하지만, 어떤 어떤 입력에 대해서 출력을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 입니다.
우린 스스로를 참 개성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이 가진 특성 중에 대부분은 특별하고 싶은 제게도 평범하게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예가 있어요. 한 수학자가 "사랑"을 방정식을 만들 일이 있습니다. 어떤 실험에서 그는 오타쿠스러운 남자들을 데리고 술집에 가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아보라고 한 뒤, 뒷 방으로 데려가서 몇가지 질문(이를테면. 당신의 매력을 점수로 매기면 1-10점 중에 몇 점일까요?)을 통해서 그 멋진 이성과 "사랑에 성공할 가능성"을 숫자로 계산해냅니다. 그리고 확률을 알려주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서 그 이성의 연락처를 따낼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데요. 오타쿠 중에 한 명은 이 공식을 측정하길 거부하고 점수를 없이 도전합니다.
(언뜻 예상대로) 결과는 4명 중에 확률을 알고 도전했던 3명은 성공했는데, 확률을 알길 거부한 1명은 실패했습니다. 이 실험의 교훈은 '사랑을 수치화 할 수 있다'라기 보단, '그런 확률만으로 자신감을 부여할 수 있다'입니다. 그러니까 몇가지 의견에 근거해서 '내가 어떤 이성의 연락처를 따낼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하고, 그 수치를 안다는 것이 자신감을 부여하고, 그 자신감에 근거해서 실제 이성의 연락처를 따낼 수 있는 확률을 높인다는 것은 일종의 말장난 같기도 하군요. 아무튼 약간의 뽐뿌질이 사람의 마음이나 용기, 자세를 바꿀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또 다른 경험 하나... 어릴 때 "내가 아주 아픈데 어떤 약이 나한테만 듣지 않으면 어떻게하지?"란 걱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은 귀가 너무 아팠습니다. 참기 힘들 정도의 고통으로 눈물이 났었죠. 그런데 급한 마음에 먹었던 진통제 한 알로 언제그랬냐는 듯 고통이 사라졌습니다.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고통이 사라지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다행이다"가 아니라, "나도 그냥 보통 사람이구나"라는 서글픔이였습니다. 당연한 사실인데, 그냥 좀 그때는 충격이였어요.
그런데 그런 물리적인 육체 말고, 정신도 그런 것 같단 생각으로 이어지면, 좀 그건 아니였음 싶기도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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