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발행하는 <시민과 언론> 95호에 <SNS의 분석과 여론영향력 진단>라는 제목으로 기고된 글입니다. 글이 작성된 시점은 2011년 11월 말임을 감안해서 봐주시고, 뭐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데이터에 FTA와 관련된 내용이 추가되어 있긴 합니다만 ‘트위터와 서울시장 재보선의 상관관계? 트위터 분석과 의미정리‘에서 제시한 데이터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데이터는 아니고, 뒷쪽에 ‘#SNS의 여론영향력‘로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양적 증가를 이뤄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Twitter)에서 생성된 한국 사용자의 계정은 약 530만개 이른다. 530만개 중 업데이트 되지 않은 계정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므로 실제 운영 중인 계정수를 대략적으로 파악해보면 250만개 정도가 된다. 구글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자수를 자랑하는 페이스북(Facebook)의 국내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현재 한국어로 페이스북을 쓰는 사용자는 320만명을 넘어섰다. 1년 전인 2010년 12월에는 157만 명이였으니까 1년 사이에 2배가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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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용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메시지(트윗)의 양도 놀랄 정도로 증가했다. 한국어 트윗의 수는 미국, 일본,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양을 자랑한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자. 트윗믹스(Tweetmix)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는지 분석하는 서비스이다. 트윗믹스는 정보를 담고 있는 트윗을 분석하기 위해서 한국어 트윗 중에 링크 정보가 있는 트윗만 수집하여 링크별로 정리한다. 예를 들면, 어떤 뉴스 기사를 트위터에 옮긴 사용자는 몇 명이며 어떤 내용을 트윗 했는지 보여준다. 트윗믹스에 지난 1년 동안 작성되는 트윗을 살펴봤다. 최근 일주일간 트윗믹스에 수집된 트윗은 296만 건이며, 전년도 11월의 일주일간 트윗은 84만 건 이였다. 트위터 한국 사용자수 정보를 제공하는 oikolab에 따르면 1년 전 트위터 사용자는 210만 명이고, 현재 사용자수는 537만 명이다. 결국 1년 동안 사용자는 2.5배 늘어났고 트윗의 양은 3.5배 증가했다.

트위터, 페이스북은 관계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컨텐츠가 유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분류된다. 하지만 SNS라는 분류에 속해 있는 두 서비스의 포지셔닝의 차이는 분명하다. 페이스북은 상호 동의를 통해 맺어지는 친구 관계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애초에 페이스북은 하버드 대학 내에서 운영된 서비스였다. 커뮤니케이션은 일상을 공유함으로써 이뤄진다. 페이스북 내 추천 기능은 ‘좋아요(Like)’라고 불리는 버튼을 누르면서 이뤄지는데, 좋아하지 않는(Unlike) 기능은 만들지도 않았다. 내 친구의 사진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다는 버튼을 누를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반면 트위터는 친구를 요청하거나 허락할 필요 없이 누구나 다른 사람을 팔로잉(따라읽기)해서 상대방이 쓴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상대방이 동의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 메시지도 모두 공개되어 누구나 볼 수 있다. DM이라는 쪽지 기능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트위터의 정신은 모든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널리 퍼뜨리는데 있다. 트위터를 개발한 에반 윌리엄스는 “트위터는 SNS가 아니라 실시간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다”고 밝힌바 있다.

결국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친구와의 안부 대화, 내 사진을 올리기)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많이 이뤄지고, 트위터에서는 정보 유통이 더 많이 일어난다.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내가 알고 있을지 모르는 친구들을 추천해준다. 그렇게 몇몇의 동창과 친구를 맺었다면 친구의 친구를 찾아주는 방식으로 연락이 끊긴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을 쓰면 쓸수록 친구들과 나눈 대화, 사진들이 기록으로 남는다. 결국 페이스북 사용자는 그런 내 기록에 대해서 상당한 애착을 가지게 되고 꾸준히 방문한다.

모든 사용자가 같은 방식으로 쓰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는 다르다. 엄청나게 많은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유통되며 이슈가 되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번 리트윗된다. 예를 들어, 현재 트윗믹스 메인에 있는 이슈는 ‘게임 셧다운제’에 관한 트윗이다. 이 트윗은 처음 작성된 지 불과 2시간 31분 만에 한국 트위터 사용들에게만 217번 리트윗됐다. 217번 트윗한 사용자의 팔로워를 더하면 81,971명이였다. 심지어 이 기사는 영어로 작성된 글(외국 언론에 실린 한국의 셧다운제 관련 기사)이였다.

트위터는 지금까지 우리가 가진 어떤 매체보다 속보 전달과 컨텐츠 유통에 강력한 도구이다. 팔로워수가 많은 사용자들이 당연히 더 많은 전파력을 가졌지만 팔로워수가 작은 사용자도 많은 사용자에게 쉽게 리트윗을 요청할 수 있다. 컨텐츠만 있다면 꼭 많은 팔로워가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트위터의 이런 속성은 서비스를 쓰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높인다. 그래서 트위터 사용자는 쉽게 트위터를 떠나기도하고 잠시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돌아오는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내 페이지(내 글만 보이는 타임라인)에 대한 애착도 낮다. 따뜻한 메시지가 페이스북에 넘쳐나는 반면, 트위터에 넘쳐나는 메시지는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 선거를 비롯해서 정치적인 이슈, 굵직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페이스북에 비해서 트위터는 훨씬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트위터의 데이터를 분석하면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을까?
지난 10월 재보궐선거에서 트위터는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FTA라는 이슈를 만나면서도 마찬가지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윗믹스를 통해서 두 이슈를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링크와 상관없이 관련된 모든 트윗을 대상으로 했다. 재보궐 선거일 이전 보름(10월 10일~10월 25일) 동안 서울시장 후보였던 ‘나경원’과 ‘박원순’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트윗의 양은 98만 건에 이른다. 하루 평균 6만 1천 건이었다. 투표 당일 투표가 들어간 트윗은 23만 건을 넘었다. FTA가 쟁점으로 떠오른 11월 1일부터 23일까지 FTA라는 키워드로 작성된 트윗은 모두 127만 건이다. FTA에 관련된 이슈는 하루 평균 5만 5천 건 작성됐다.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트위터에는 FTA 관련된 내용의 트윗이 하루에 18만 건이나 생산됐다. FTA라는 키워드를 쓰지 않고 이슈를 전달한 트윗도 많았을 테니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로 돌아와서 ‘나경원’이라는 키워드와 ‘박원순’이라는 키워드로 작성된 트윗의 숫자를 비교하면 ‘나경원’이 53.98%, ‘박원순’은 46.02%으로 분석됐다. 실제 두 후보의 득표율은 ‘나경원 후보’가 46.21%, ‘박원순 후보’가 53.40%였다. 트위터에서 유통되는 트윗의 내용을 살펴봤을 때 나경원 후보의 경우 부정적인 내용이 많았고, 박원순 후보에게는 훨씬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사용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서 투표 결과를 맞췄다고 말하고 싶은 욕심까지 들게 하는 우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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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경우를 살펴보자. 11월 중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던, 그래서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지 모른다고 예상되었던 날은 11월 3일, 10일, 24일이였다. 결론적으로 세 날짜 모두 본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분석 결과 본회의가 예정된 날짜 하루 전 트위터에 관련 메시지의 양은 증가했다. 본 회의가 예정된 11월 3일의 하루 전인 2일에 FTA관련된 트윗은 14만 8천 건이었다. 9일의 경우는 4만 4천 건이 작성됐다. 트위터에서의 여론은 대부분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주를 이뤘다. 11월 3일의 본회의가 무산되고 다음 날인 11월 4일의 트윗은 5만 1천 건이다.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가, 이슈가 미뤄지자 잠잠해지는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11일의 트윗은 2만 8천 건으로 역시 본회의 예정된 날 하루 전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FTA 비준동의안이 통과되기 하루 전 21일의 트윗은 2만 3천 건으로 주말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전체적인 트윗의 양을 그래프로 보면 11월 1일~4일에 정점을 찍고 트윗의 양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고, 가장 관심 낮았던 날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SNS의 여론영향력
최근에 있었던 두 가지 이슈에 대해 분석하면서 트위터가 보여주는 정확도에 놀라게 된다. 다만 이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트위터는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위터 사용자가 트위터에서 한 후보에 대한 뉴스 기사를 본다고 할 때, 사실 이 기사는 그냥 타임라인에 올라온 것이 아니다. 내가 어떤 이유에서건 팔로잉하고 있는 사용자(나와 상대방은 관계를 맺고 있다)가 자신의 판단을 통해서 선택한 기사를 보는 것이다. 결국 타임라인에 등장하는 기사는 누군가의 기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기사를 트윗할 때 대부분은 자신의 의견을 더하는 경우가 많다. 길지 않지만 간결한 메시지는 기사를 클릭해보기 전에 사용자에게 기사의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를 예측하게 한다. 많은 경우 타임라인에서 트윗 내용만 보고 리트윗까지 하면서도 기사 자체는 열어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트위터를 쓰고, 타임라인에 등장하는 링크를 클릭하고, 리트윗하는 활동은 어떤 의미에서 사용자가 저마다 작은 크기의 미디어를 운영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트위터에서 저마다 메신저 역할을 한다. 선거 기간, FTA가 쟁점인 상황에서 이런 작은 크기의 미디어가 뭉쳐져서 엄청난 크기의 흐름을 만든다.

FTA가 이슈였던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트윗된 상위 20개 중에 7개만 언론사에서 만든 기사가 출처였고, 13개는 블로그, 유튜브, 이미지 공유사이트와 같은 곳에서 생산된 정보였다. 블로그나 유트브 같은 서비스가 처음 도입될 때에도 이들 서비스가 미디어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블로그나 유튜브 같은 서비스들은 컨텐츠 생산에 드는 비용을 노력을 제외하면 사실상 공짜로 만들었다. 우리 중 누구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클릭 몇 번과 몇 가지 정보의 입력만으로 공짜로 얻을 수 있다. 다만 이런 블로그, 유튜브 서비스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꾸준한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이며 만드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이며,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컨텐츠를 퍼뜨릴 방법이 제한적이라는 것이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는 이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SNS에는 길게 글을 쓰고 싶어도 기본적으로 입력할 수 있는 글자수에 제한이 있다. 이 제한은 언뜻 불편해 보이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긴 글을 쓰기는 쉽지 않지만 문자메시지를 보내듯 140자 밖에 안 되는 글에 어떤 정보를 보고 간단한 의견을 더하는 건 쉽다. 심지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진 메시지는 팔로잉, 친구의 친구 등의 관계가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에 실려 엄청난 속도로 전파된다. SNS가 여론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이 있을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 서비스들은 그 자체로 여론을 만드는 작은 미디어이다.

물론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98만개의 트윗이 작성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해당 트윗을 작성한 사용자는 10만 명 정도였다. 전체 유권자에 비해서는 작은 일부이다. 또한 트위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20-40대에 집중되어 있다. 젊고 변화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며 진보적인 성향의 사용자가 많다. 결국 이들의 의견이 전체의 여론을 대변하지 못한다. 만약 트위터에서의 여론이 정확히 실제에 반영됐다면 박원순 후보는 90%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을 것이고 FTA는 통과되지 않았어야 한다.

하지만 SNS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대한민국은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진보적인 후보자 뿐 아니라, 보수적인 후보자들도 SNS를 이미 쓰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둘러보면 이제 SNS는 홈페이지와 블로그가 그랬듯이 당연히 갖춰야하는 라인업 중 하나가 된 듯하다. 결국 점점 많은 사용자가 유입될 것이고, 기존의 미디어에서 다루지 않은 이슈들이 SNS만을 통해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어 퍼질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SNS에서 누군가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그리고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기사를 공유하거나, 내가 반대하는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공유하는 일은 정말 정말 아주 쉬운 일이다. 10만 명의 트위터 사용자들이 생산한 메시지는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이들은 후보와 관련된 긍정적인 이슈와 부정적인 이슈들을 선택하여 트위터를 통해서 유통했다. 만약 이들이 100만 명으로 늘어난다면? 사실 우리는 지금 수백만 개의 미디어가 만들어지는 지점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