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봤던날 술김에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다음 날 아침에 답장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 본 사람에게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는데… ‘웃는게 너무 이쁘다’ 이런 내용이였으니까요. 하하하… 이후 몇 번의 전화통화를 했고, 훨씬 자주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사실 이런 걸 생각하면 휴대폰이 없을 때 어떻게 낯선 사람과 무언가 시작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녀가 일하는 회사는 제가 일하는 곳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잦아진 연락, 그리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따로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의 용기를 내진 못했습니다. 혹시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거절당하면 어떻게하지, 그래 지금까지 이상한 분위기는 없었으니까 만나긴할거야… 그런데 만난다고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지, 그녀는 어떤 스타일의 사람을 좋아할까,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진 않을까, 그녀는 모임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에게 평균치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내가 지금 오바하고 있는게 아닐까…

불안과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용기는 턱없이 부족했죠.
쓸데 없이 많은 생각과 부족한 용기가 더해진 조합은 분명 일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틀림없다는 증거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런 일도 있었네요. 그녀를 처음 보고 얼마 뒤, 그녀가 소개팅을 한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군가 소개시켜줬다며… 비슷한 시기 저도 누군가 소개팅을 한 번 해보라며 전화번호를 줬었는데요. 결국 그녀는 소개팅을 했었고, 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소개팅을 말릴 생각은 못했습니다. 뭐, 그런 상황이나 관계가 아니였으니까… 사실 소개팅 이야기는 잠깐은 희망적이기도 했었어요. 어쨌든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은 없단 이야기여서…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그날은 술을 마셨습니다. 일 때문에 생긴 술자리였는데, 잘 모르는 분과의 자리여서 적당히 술이 들어가자 자리가 끝났습니다. 더운 날씨(1년 전 이 시기 즈음이라)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좀 깬다는 핑계로 걸으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됐고, 쉴 때 집에서는 뭘하지는 물어봤던거 같고,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한 단 이야기를 들었고, 언제 술이나 한 잔 이야기를 했었고, 지금은 뭐할거냐고 물었던거 같고, ‘그 술자리를 오늘 할까요’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잠시 후 저는 택시 안에 있었습니다. 술을 마셨던 곳에서는 걸어서도 집에 올 수 있는 거리. 택시를 타고 제가 살고 있는 집을 지나쳐서 대략 2만원 정도 되는 택시비를 내고서야 그녀 집 근처에 도착했습니다. 평일이였고 11시가 넘은 시간. 사실 누군가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나기에 그리 적당한 시간은 분명 아니였습니다.

불안과 걱정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술의 기운을 빌린 ‘용기’가 밀어낸 탓으로 그녀의 집 근처의 작은 술집에서 탁자를 두고 마주했습니다. 자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할까. 술을 한 잔 따랐습니다.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괜히 뻘쭘해서 안주도 여럿 시켰습니다. 용기를 더 내려고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술을 한 잔 따르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노래가 나오면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 안주가 나오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가족 이야기, 지나온 이야기, 그렇게 술 기운을 빌려서 처음 데이트가 진행되고 있었죠.

다음 날이 밝았습니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은 희미하고… 속은 쓰리고, 머리는 아프고, 결정적으로 내게 용기를 주던 술의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술의 기운이 처음 데이트 자리를 만들었지만, 술이 깨자 기운보다 더한 뻘쭘함이 밀려왔습니다. 술을 마시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뻘쭘함을 이기고자 평소보다 많이 마셨고, 문득 실수한건 없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출근 시간이 나보다 한 시간 빨랐던, 그래서 더 힘들었을 그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답장의 내용이 밝은걸로 봐서 기분 나쁜 일은 없었음에 안도합니다.

그리고 혼자 살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미소를 짓는 순간 스스로 깨닫습니다. 내 마음속에 뭔가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가 어느 순간 제 마음에 들어와있습니다. 술 기운을 빌린 이제 겨우 한 번의 만남. 앞으로 어떻게해야할까. 다시 술을 마셔야하나… 문득 조바심이 생깁니다. 갑자기 그녀가 지난 번에 했다는 소개팅도 떠오르고, 그녀가 언뜻 말하던 주변남자들이 이유없이 경쟁자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휴… 잘 할 수 있을까요?

‘연애 이야기’와 ‘창업 이야기’를 각각 일주일에 한 번은 업데이트하려고 했는데 창업 이야기는 아직 시작을 못했네요. 시작한 이야기라도 꾸준히 올려야겠습니다. 이전 이야기는 [여기]에서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창업 이야기는 목요일, 연애 이야기는 일요일에 업데이트하겠다고 혼자 다짐을 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