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롭게 NHN(네이버)에 100% 지분 인수가 된 미투데이(http://me2day.net)에 관한 글을 담고 있습니다. 관련된 기사 목록은 [이 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얼마전 사내 세미나를 진행했었는데요. 제가 발표를 맡은 부분에 MIP(Mass Interpersonal Persuasion)라는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MIP는 스탠포드(Stanford) 대학의 설득 기술 연구소(Persuasive Technology Lab) B. J. Fogg 교수의 논문 주제입니다. Fogg교수는 기술을 이용한 설득이라는 주제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이야기인데, 한마디로 테크놀로지 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으며, 그것을 긍정적으로 이용하자는 취지의 연구입니다.

그 중에 MIP는 문자 그대로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핵심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 “인터넷”인데요. Fogg교수는 논문에서 스탠포드 학생들을 통해서 진행했던 Facebook 실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007년 5월 24일 Facebook은 API를 오픈하게 되고, 16주가 지난 뒤(이때는 이미 Facebook에 6,000개가 넘는 어플리케이션이 존재했다는군요)에 Fogg교수를 비롯한 일련의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Facebook에서 운영되는 API를 개발하게 합니다. “설득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학생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설득적인) 메시지를 전염시키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10주 후, 결과는 대성공. 학생들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은 1,600만명이 사용했었고, 당시 하루 100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이 되었답니다.

사실 그 이전부터 사람을 설득하고, 빠져들게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는 책 / 이야기로 곧 잘 인기를 끌었습니다. 매력적인 주제이기도 하죠.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면, “무엇보다 상품(혹은 메시지) 그 자체를 독창적인 리마커블하게 만들자”는 세스 고딘이라든지, 또 심리학 분야에서 단연 베스트셀로에 돋보이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을 설득하는 6가지 방법(상호성의 법칙, 일관성의 법칙, 사회적 증거의 법칙, 호감의 법칙, 권위의 법칙, 희귀성의 법칙 )과 그 법칙에 휘둘리지 않는 조언”까지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라는 3가지 요소가 유행을 만드는 힘이라고 조언하고 있는데요.

Fogg박사가 말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명료했습니다. Fogg박사는 그런 설득하는 활동들이 온라인(정확히 SNS-Social Network Service)을 통해서 더 강한 전파력을 가질 수 있음을, Facebook 사례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에 더불어 Facebook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서 설득을 위해서 필요한 6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인터넷(소셜 네트워크)에 기반해서 다수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여섯가지 방법이랄까요?)

1. Persuasive Experience(설득력 있는 경험)
2. Automated Structure(자동화된 구조)
3. Social Distribution(사회적인 관계를 통한 배포)
4. Rapid Cycle(빠른 싸이클)
5. Huge Social Graph(거대한 사회적인 그래프)
6. Measured Impact(효과의 측정)

 

오프라인에 비해서 온라인이 매력적인 것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심지어 친구를 추가하는 것까지- 자동화될 수 있으며(Automated Structure), 그래서 쉽고 빠른 주기(Rapid Cycle)로 메시지가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형성된 관계-이미 알고 있는 친구-에 기반해서 온라인에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훨씬 더 신뢰받는다는 결과는 여기저기서 확인(Social Distribution)이 되고 있잖아요. 이런 장점을 가지면서동시에 메시지가 설득적(Persuasive Experience)이라면 당연히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게 되겠죠. 더 나아가 사용자가 메시지가 얼마나 퍼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Measured Impact) 그 자체로 아주 재밌지 않을까요?

그런데 문제는 “거대한 사회적인 그래프(Huge Social Graph)”.
Fogg박사는 전문적인 실력을 가지지 못한 학생들이 겨우 10주 동안 1,600만명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던 근거 중에 하나로… 당시 Facebook에 가입된 사용자의 숫자가 무려 6,000만명(당시)으로 아주 거대한 사회적인 그래프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Facebook에 기반하는 어플리케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드렸지만, 국내에서 이런 거대한 사회적인 그래프,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면 어떤 방법이 존재할까요? (생각할 것 있을까요… 솔직히 없는 것 같습니다)

미투데이의 경우(물론 미투데이는 위와 달리 그 자체로 하나의 서비스입니다만) 쉽고, 간단한데다, 재미있으며, 빠른 주기를 가지고 있고, 친구들에게 메시지(혹은 이야기)를 퍼뜨릴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였지만, 그 기반이 되는 사회적인 그래프가 너무 작았단 안타까움이 늘 있었습니다. 물론 한쪽에서는 서비스 자체가 너무 리마커블했다면(일종의 트위터와 유사한 서비스라는 의견들), 그 자체로 거대한 사회적 그래프를 만들 수 있지 않느냐는 반문이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글쎄요. 그 역시 대한민국의 웹생태계(그러니까 폐쇄적인 포털의 구조)속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서비스의 독창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트위터 서비스를 한국에서 했다면 잘 됐을까라고 반문해보면 답이 나오겠죠.

솔직히 제 주변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미투데이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IT관련 종사자들이고 그래프를 그리면 적당히 퍼지다 순환(circuit)하고 말아버리거든요. 만박님이 이번 인수건과 관련되어 블로그에 올리신 이야기에서도 그런 고민의 흔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인수 제안을 수락하신 이유가 되실텐데…

 

(한국의 웹2.0 왜 안되는가에 대한 이유는) 백본(backbone) 구조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개방과 공유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성장이 또 다른 서비스의 출현과 성장을 견인하는 해외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개 사이트의 모양과 기능의 우열로는 설명되지 않는거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현상이 미투데이를 비롯한 국내 웹2.0 서비스들의 공통점이라는 건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참신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선보였던 국내 서비스들 중 더이상 사업을 지속하지 못한 2008년도 사례를 여러분도 한두개쯤은 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미친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이 장벽을 뛰어 넘는 것이 미투데이의 가장 큰 과제였습니다.


이런 인수에 대해 당연히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은 엇갈릴 듯 합니다만, 어쨌든 만박님이 네이버라는 엄청난 사회적인 그래프를 가지고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하게 되심을 축하드리며, 한편으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꼭 미국의 트위터가 우리네보다 인기 있어서가 아니라, 솔직히 서비스 자체만 놓고보면 트워터보다 훨씬 재미있으며 잘 만들어졌고 깔끔하기까지한 미투데이인데… 그동안 사석에서였지만, 미투데이가 정말 괜찮으면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 인수를 계기로 잘되길 빌어봅니다. 한편으로 욕심을 내보자면, 저도 벤쳐에서 일하는 한 사람으로 미투데이가 NHN에 인수된 이후 만박님이 부족하다고 느끼셨던 한국의 백본이 생길 수 있는 작은 씨앗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도 가지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