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뒤로는 한 번도 못갔지만, 부산에 살 땐 부산국제영화제(PIFF) 기간이 되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극장에 드나들곤 했습니다.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상영관에서 밀렸지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였기도 하고, 그 자체로 세상을 공부하는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거든요.
특히, 저는 다큐멘터리를 즐겨보곤 했습니다. PIFF에서는 국내외의 많은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여서 상영되거나, 장편 다큐멘터리는 독립적으로 상영되기도 하는데요. 이런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다른 면을 때로는 날카롭게 보거나, 때로는 잔잔하게 지켜보는... 그래서 보고나면 가슴 한켠이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지기 마련입니다.
워낭소리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감동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제목인 '워낭소리'는 소(혹은 말)에 다는 작은 방울(워낭)이, 소가 움직일 때마다 내는 딸랑~ 소리를 말합니다.
이 영화는 평균 수명이 15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0년을 산 소와, 소와 함께 소를 키우며 평생을 살아가신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소를 질투하는(!) 그래서 영화 내내 불평을 하시지만 그런 불평 덕분에 모든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신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억지스러운 설정도 없고, 따뜻하다는게 영화가 어떤 감동을 위해서 쫓는 그런 이야기도 아닙니다. 대본이 있는 따로 것도 아니고, 다큐에 등장하는 나래이션도 없어요. 영화 상영 시간 내내 카메라는 시종일관 할아버지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소의 우직함과 충직을 비춰줍니다. 때론 소가 불쌍해지기도, 고생스럽게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불쌍해지기도, 소와 할아버지 때문에 늘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하는 할머니가 불쌍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이내 그들이 만든 행복한 공동체가 깨질까 노심초사 하게되고, 할머니의 투정에 웃게 됐다가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습니다.
물론, 웃음과 따뜻함은 소위 '따뜻하다'거나, '감동스럽다'는 영화의 기본 틀인긴 합니다. 이 영화가 그런 '감동'스러운 영화와 다른 점은 특별히 꾸미지 않았다는데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영화 전반에 비춰지는 우리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평화로워지더군요.
영화'업자'들이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타이틀을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도 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 진출했고,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PIFF 메세나상(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타이틀이 자칫 영화가 지나치게 무게감이 있다거나, 재미가 없다는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대에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는데, 곧 일반 극장에서도 개봉(1월 15일)한다고 하네요.
이 영화의 대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나눠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보통 극장에서 이런 좋은 다큐멘터리가 더 많이 상영되고, 그게 자극되서 더 많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면 더 할 나위가 없겠죠?
별 다섯개로 치면, 별 다섯개 만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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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막상 덤덤하지 않은
보고나서는 한동안 여운에 잠기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우리는 정말 동물과 우정을 나누고 있었던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들고,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일만 하다 가는 소와 또 평생 일만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겐 묵묵히 일하는 것이 행복인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들더라구요.
할아버지는 지금 어떠실지 궁금해집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나무와 흙과 그림자와 닮아가고 있내요. 저도 한번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