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대한민국이 이제 며칠 안남았습니다.
한 해 동안 참 정신 없었죠? 그런데 쉽게 마무리 되진 못할 듯 합니다. 진보적인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어제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문득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몸짓이 새삼 느껴지네요. 지난 촛불때는 표면상으로 거칠게 드러났다면, 이번에는 저 깊은 곳에서 국민들이 답답함과 분노를 하나씩 축적해가는 기분이 듭니다.
민변의 철야농성의 목표는 이른바 'MB악법 저지'입니다. 이렇게 민변 변호사들이 철야농성은 하는 것은 1996년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통과 이후 처음이라는군요. 법은 국회의 논의를 거쳐서 통과되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법과 현실 사이에 꽤 많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우리 생활에 무슨 영향이 있겠어?' , '나는 지금까지 위반 한 번 안하면 살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곤 하지만, 이번에 MB악법의 면면을 돌아보면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통과시키려는 법의 수는 대략 100개가 되고, 한나라당에서 강경 입장을 가지고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법도 80여개에 가깝습니다.
법률전문가 집단인 민변의 변호사들이 느끼는 절박함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로 통과되는 법을 통해서 고소와 고발을 당할 것이며, 심지어 구속에 이르게 될까요? 지난 촛불집회 때 연행되거나, 기소된 사람들을 보면 우리 주변의 이웃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였는데요. 아마 이 모든 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에는 '그래도 그때가 살기 좋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 정부의 통제와 감시속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의견을 펼칠 수 없는 세상을 살게 되진 않을까요? 방송이 장악되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고, 인터넷을 장악하면 우리의 입도 막을 수 있으니까요.
YTN의 '돌발영상'은 우리가 믿고 지냈던 정치인들의 다른 이면을 깨닫게 해주며,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을 키웠지만, 다른 한편으로 정치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감시인의 역할을 했었습니다. 저도 꽤 재밌게 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송은 더 이상 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정치인의 잘못을 꼬집고, 비판자 입장을 견지하던 방송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현실.
이런 현실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한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인터넷도 더이상 온전하진 못할 듯 합니다.
지난 촛불집회 때 많은 네티즌이 성지라 불렀더 아고라, 그리고 대안 언론으로 떠오르는 블로그. 그렇지만 한 이면에는 그때도 어떤 글로 인해서 고소 고발을 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신이 말하는 어떤 주장/이야기 때문에 법률적인 처벌을 받는다면, 그게 과연 맞는 것일까요? 하지만 그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통과되는 법에 의하면, 통신사들은 개인이 인터넷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서 기록(Log)를 저장하고, 수사기관에서 요청시 제출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우리의 인터넷을 통한 모든 활동들이 감시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리하면 결론은 이렇게 납니다.
한쪽에서는 방송이라는 거대한 영향력과 은행이라는 권력에 대기업이나 거대언론이 참여할 수 있게함으로써 시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단을 마련하고, 일방적인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더 나아가 더 큰 권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아마 초등학교 때 배우는 것 같은데, 은행은 개인의 돈을 받아서, 기업이나 개인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서 다시 저금한 사람에게 돌려줍니다. 그런데 '은행=기업'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방송의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복면착용금지와 같은 조항을 마련해서 실제 위법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마스크 착용한게 법을 어긴 것일까?)를 마련합니다. 경찰은 집회 참석자를 (통보만하면)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고,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에 의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집회 참가자는 집단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생기므로, 일단 헌법에서 말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물건너가는 셈이겠군요. 국민들이 어떤 부당한 상황을 마주하고, 반대의 뜻을 펼치기 위해서 집회를 하는 것은 이제 법과 싸워야 할 상황이 됩니다. 개인의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서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말입니다.
결정판은 인터넷. 인터넷은 통제가 힘든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나 정치인들도 통제하기 쉽지 않은것을 이제 알았겠죠. 하지만, 통제할 방법이 아주 없진 않습니다. 상시 감시체제를 마련함으로써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잠재적인 공포를 주는거죠. 우리는 모두 어떤 서비스를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합니다. 이동통신사든, 초고속사업자든, 전화를 제공하는 사업자든... 결국 우린 어떤 사업자를 통해서 인터넷에 연결되니, 인터넷 자체가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하는 망을 통제하고 감시하면 쉽게 그들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색출할 수 있을겁니다. 거기에 '사이버 모욕죄'라는 참신한(!) 생각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가 되는걸까요?
이제 쇠고기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썰렁한 놀이가 생각납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배를 아주 쎄게 때리면 이 친구는 좀에 아팠던 머리에 대한 고통은 어디가고, 온전히 배에만 신경이 집중되겠죠. 이것도 생각하면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는 방법'이긴 할텐데요.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런 듯 합니다. 자꾸만 상황이 안좋아지는데, 더 큰 일들만 자꾸 터져나오니 국민들은 이제 어디서 어떻게 반대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안좋은 일이 생겨 국민들이 반대하면, 더 안좋은 일을 만들어서 이전의 생각을 잊게 만드는 전술인지도 모르겠네요.
돌아보면 '설마 안하겠지'라고 했던 문제들은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가고, 그 호언장담했던(747?) 경제는 성과가 없더니만, 다른 일들은 어쩜 이렇게 잘하는지... 말이 안 나옵니다. 선거를 통해서 집권을 했으니, 정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고, 한나라당이 거대 여당이 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 그러니, 그들에게 "이렇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가봅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달라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지켜달라고, 정권 잡은 니네 마음대로 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다고, 국민들도 하고 싶은 말은 좀 할 수 있게 해주고 (나는 아니지만) 우리가 뽑은 것이니 귀를 기울여 달라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재벌' '거대언론'이 좋아하는건 알겠지만 좀 적당히 하라고, 선진국과 같은 현실은 바라지도 않을테니 해외토픽에 나올 사례 좀 만들지 말아달라고... 이렇게 부탁할 수 밖에 없군요.
그리고, 제발 좀 국민들을 거리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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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악법 저지를 위한 철야농성에 들어가며
Tracked from 민변 블로그 2008/12/30 13:17법률안은 일단 의결되어 시행되면 우리의 삶 구석구석을 규율하게 됩니다. 한번 잘못 만든 법을 나중에 바꾸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조중동이 방송을 장악하고, 국정원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도록 만든 후 이를 다시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처럼 나라의 미래를 정하고 큰 틀을 통째로 바꾸는 100여개의 법률을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데도 정부여당은 아무런 토론도 없이, 날치기로 통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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