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영어로 된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다가 든 의문이다.
일본은 일본어를 쓴다. 미국은 영어를 쓰고, 프랑스는 프랑스어를 쓰는데, 한국에서 쓰는 말은 한글일까? 한국어일까? 이 둘은 정확하게 어떻게 같고 다른가?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하고 사용하는가?
세종대왕께서 1443년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910년에 이르러 주시경 선생은 우리가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문자 체계에 '한글'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한글의 '한'은 ‘크다’, ‘바르다’, ‘하나’를 가진 우리의 고유어다. 여기에 '글'을 붙여서 '한글(Hangul 혹은 Korean)'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는 '한국의 글과 말' = '한글' = '한국어'가 아주 익숙한 느낌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글과 한국어는 사실 다른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친구와 대화(말)를 한다. 그때 우리가 말하는 것(언어)은 "한국어"이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말"이라는 뜻으로, 일본어 / 영어 / 중국어 등과 대등한 의미로 사용된다. 언어는 규칙을 공유하는 체계라서, 내가 '사랑'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그 소리가 나는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생각을 글로 옮겨 적고 있다. 이때 사용되는 기호 체계는 '한글'이다. 위의 한국어는 언어로써의 의미였지만, 지금은 문자로써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는, 한자 / 로마자가 있다. '사랑'이라는 소리를 문자로 기록하기 위해서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걸 읽고 당신이 다시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면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와, 한국어라는 언어 체계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분명히 해야 하는 사실은 한글은 안다고 해서, 한국어를 아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로마자(영어에서 사용하는 알파벳)를 안다고 해서 영어를 잘하는게 아니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 로마자의 체계는 아주 간단해서 26개 밖에 없기 때문에 금방 배워서 사용할 수 있는데,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적힌 문장을 소리내어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영어'로 해석은 못하더라도, '로마자'의 표기법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은 알기 때문이다.
(참고. 미국에서는 '영어'를 언어로 쓰고, 표기법은 '로마 문자(로마자, 라틴문자로 불리기도 함)'를 사용한다. 결국 표기법이 영어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파벳(alphabet)이라고 하는 것은 영어만의 표기법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표현한다면 라틴문자(Latin alphabet) 혹은 로마자(Roman alphabet)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글과 대응되는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것을 내놓고, 한글에 정확한 로마자 대응 표기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로마자 표기법'은 간판이나 지명과 같은 말을 영어권 나라에서 사용하는 문자로 혼란없이 적기 위함이며, 실제 '로마'와 관련이 없다)
오랜 시간동안 우리는 한글과 한국어가 가지는 의미를 서로 섞어서 사용해왔다. 정확히는 우리가 사용되는 언어는 한국어이고, 단지 그걸 (문자로) 기록하는 체계가 한글이였을 뿐인데 말이다. 말(언어)은 꼭 그 나라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되는데, 한글의 우수함은 다른 나라의 말도 한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실제 사례로 비교해보자.
'I love you'는 로마자로 표현된 영어다.
이걸 한글로 바꾸면 뭐가 될까?
정답은 '아이 러브 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로 바꿀 때는 한국어로 바꾼다고 해야한다.
반면 한국어인 '나는 니가 좋아'라는 의미를 영어로 바꾸면 'I like you'가 될 것이고, 로마자로 바꾸면 'Naneun Niga Joa'가 된다. 당연한 이야기를 반복하면, 한국어는 의미를 가진 언어 체계를 이르는 것이고, 한글은 단지 표현수단으로써의 문자(기호)체계를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이 가끔 하는 질문,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기 전에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을까?'라는 질문도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 기호로써의 문자체계인 '한글' -정확히 '훈민정음'- 을 만든 것이지,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조선)에서는 '한국어'를 언어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로, 한글이 가장 우수 기호 체계라고 해서, 우리가 쓰는 언어(한국어)까지 우수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한글이 우수한 것은 소리가 나는 발음기관을 본떠서 '기호화'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은 수의 기본 기호를 가지고, 대부분의 소리를 표현하는 장점도 있다)
즉, 우리가 평상시에 하는 말(한국어)이 뛰어난 것과는 별개의 문제란 소리다. 그리고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어는 복잡하고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에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변형이라든지, 활용법이 너무 많은 언어이므로...
훈민정음 서두에서 세종대왕은 이 문자 체계를 만든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를 딱하게 여겨 새로 28자를 만들었다여기서 나라말은 '한국어'이고, 우리 말이 당시의 표현 수단인 한자와 달라서 제 뜻을 펼치지 못하는 백성이 많으므로, 우리말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 한글을 만드신 것이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1. 가장 쉽게 틀리는 부분은 '한글화'이다. 물론 다들 의미를 알고 있으니 틀려도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국어화 / 영어화 / 일본어화와 같이, '한국어화'라고 적는 것이 옳다. 한글화는 정확히 위에서 예로 든 "아이 러브 유"와 같이 표기하는 것이다.
#2. 훈민정음(한글)의 우수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훈민정음 창제가 없었다면 우리가 우리말이 아닌 다른 언어(예를 들면, 영어라든지 일본어라든지)를 사용하게 될거였을거라는 생각도 인정하기 어렵다. 어차피 우리는 우리 땅에서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표현 수단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불상사는 발생했겠지만 말이다.
#3. 사실 현재에 이르러서, 우리나라에서 국어인 한국어와, 표현수단으로써의 한글이 다른 말과 글로 바뀔 염려는 없다. 그러므로 두 개를 섞어서 쓰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런 차이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리는 필요해보인다.
#4.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진 또 다른 오해 중에 한가지는... '한국어' 혹은 '한글'이 유네스코의 지정한 유산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은 표현 수단으로써의 '한글'이나 우리의 말인 '한국어'가 아니라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책이다. 이 고서는 세종 5년(위의 '나라말이 중국과 달라...' 라는 문장이 등장하는 책)에 만들어 진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는 다른 문자와 달리 문자를 만든 배경이 설명되어 있는 책이라서 기록 유산으로써 가치를 인정 받을 것이라고 한다.
#5. 우리 말과 문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니, 내용은 물론이고, 맞춤법도 조심스럽다. 여기서 한글 맞춤법은 소리로 나는 말(한국어)를 문자(한글)로 표기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서 규칙을 모아놓은 것이다. 원칙은 한국어를 소리나는 대로 한글로 적는다는 것인데, 난해하고 복잡하거나 모호한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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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에 한글말만 되면 쏟아지던 각종 언론매체의 기사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문제로 댓글논쟁이 붙은적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되살리면서 글을 읽었습니다.
의외로 한글과 한국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동일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단이 많습니다.
언어와 문자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는데 언어인 한국어와 문자인 한글을 동일시하며 그저 한글의 우수성이 곧 한국어의 우수성으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더군요.
한글은 매우 우수하고 쉬운 문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만 한국어는 사실 매우 어려운 언어입니다.
한글을 문자가 없는 나라에 전파하는 사업도 있다고 하는데 매우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글을 전파하는 것을 곧 한국어를 전파하는 것으로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민족의 고유한 언어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역시 문자와 언어를 구분하지 못하여 그런것일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하여 구분할줄 알아야 한글과 한국어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킬수 있을것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 사실 그동안을 생각해보면, 저도 부끄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로마자와 영어도 잘 구분을 안하는 현실이니..
비단 한글과 한국어의 문제는 아닐 듯 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적확한 지적입니다.
네. 혹시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저도 일본인 친구들이 물어볼때마다 이렇게 답을 해줍니다..
한국어는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사용하기위한 문자체제이다.
일본의 일본어와 히라가나랑 같은 의미다..
라구요,,, 그렇게 안하면 한국어를 한글이라고 이야기하는 외국인들이 많더라구요,
하하. 그렇게 구분하니 쉽군요.
영어의 경우 우리는 어려서, 알파벳을 영어의 고유한 기호라고 배운 뒤에..
그냥 영어의 기호체계와 말을 모두 '영어'라고 해버리니..
구분이 안가는데 말이죠.
일본어는 기호 체계가 둘이라서, 아무래도 이런 구분이 명확한 듯 합니다 ^^
일본에서 "한국어"를 지칭하는 것은 좀 어려운 점이 있죠. "한국어"로 부를 것이냐, "조선어"로 부를 것이냐 하는 것이 그것인데요. 그래서 NHK에서 강좌를 "한글어"라는 중립적인 이름으로 했었다고도 합니다. http://en.wikipedia.org/wiki/Names_of_Korea 에 보면 좀 설명이 나옵니다.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아주 오래전에 탄생한 너무나 어려운 언어이고,
둘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울 것도 없는데...
한국인들은 언어와 문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글이 올라올때마다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문자와 언어를 구별해달라고 말하면..
그들은 사전까지 뒤적이며..
한글도 문자언어이니까.. 틀린 말이 아니에요~ 하더군요..ㅋㅋㅋ
그럼.. 그동안의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한 문맥은??ㅎ
유네스코에 올라온 낭설도 언급하셨으니 하는 말이지만..
한글에대한 낭설도 많이 있지요.
모든 소리를 적을 수 있다는 둥..하는..
IPA를 알지 못하더라도
초등,중학생때부터 외국어를 공부하다며보면
사실 말도 안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텐데..말이죠.
문자 언어.. ^^;;
저도 이번에 글을 쓰면, 그리고 몇 번 수정을 거듭하면서 많이 배웠네요.
독특하면서, 우수한 문자 체계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지만...
한편 과대평가하는 것도 좋은 건 아닌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 몰몬교 선교사들이 많이 오는데, 미국에서 단 3개월의 한국어 공부만 하고 온다고 합니다. 제가 언젠가 한국에 온지 3개월 된 선교사와 몇 달 같이 몰몬경 공부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말로 서로 의사소통이 막히는 적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이 천재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선교사가 약 3개월의 교육만으로도 한국에 와서 충분히 선교를 잘 한다고 합니다. 그로 미루어 보건데, 정확하게 표현해야 하는 영어보다 두리뭉실하게 주어도 없이 얘기하는 한국어가 훨씬 쉬운 것 같습니다.
한국어는 어순이 중요하지 않기때문에
순서없이 대충 명사정도만 말하는 외국인들도 있더군요.
그걸 한국어를 한다고 말하긴 어렵군요.
미국에서 가장 영어를 빨리 배우는 외국인중에
유럽이나 남미인들이 아니라
중국인, 한국인이라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즉 우리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못하는 이유는
국내의 교육방식이 잘못된 것이죠.
그리고 외국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로
한국어도 포함되었습니다.
실제로 미국인외에도 유럽,동남아인들도
한국어가 매우 어려운 언어라고 말합니다.
잘 구분해주셨지만 조금 지적할 부분이 있네요.
글 내용은 언어(言語)의 언(言,말)과 어(語,글)을 분리해서 생각하자는 것인데
사실은 한국어라고 하면 한국의 말과 글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즉, 한국어 = 한국말 + 한국글(한글) 이런 등식이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말과 글을 함께 배우는 거죠.
또 하나, 다음 문장은 혼동이 없도록 고쳐야할 듯 합니다.
'말(언어)은 꼭 그 나라말로 표현되지 않아도 되는데,'
->'말(소리)은 꼭 그 나라글로 표현되지 않아도 되는데'
언어란 말(言)과 글(語)을 모두 합친 개념입니다.
그리고 우리말이 꼭 어렵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태어같은 것은 개념을 잡기 어렵고, 특히 존대법에서 많은 외국인이 헤메지만
적어도 문법은 독어,불어 같은 경우와 비교해보면 어려운 것이 별로 없죠.
난이도면에선 스페인어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만... (바보 부시도 스페인어는 배웠다죠!)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한국말을 배웁니다.
사전적으로 문자언어, 말을 음성언어라고 구분하지요.
즉 포함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말에대해 혼동이 없도록 고쳐야 된다고
'말(언어)'->'말(소리)'까지 표기하셨지만
말에대한 사전적인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말: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
곧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글쓴분이 설명을 하셨지만
한국어나 일본어를 로마자나 한자로 쓴다면..
그것은 한국어나 일본어가 아니게 되는 것일까요?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로마자와 한자를 많이 쓰고 있지요.
그럼 그것은 한국어에서 제외되어야 할까요?
베트남과 몽골은
베트남문자와 몽골문자가 있었지만 문맹률때문에 문자체계를
로마자,키릴문자로 대체했습니다.
그럼 새로운 문자를 쓰게 되면
베트남어, 몽골어가 아니게 되는 것일까요?
지구상에 문자가 없는 수천개의 언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한국어는 쉬운 언어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렸을때부터 한국어를 수없이 반복해서 듣고, 익혀서
한국어가 쉽게 느껴지는 것이지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언어가 한국어입니다.
미 국무부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외국어로
한국어를 꼽았을 정도입니다.
'언어(言語)'라는 한자어는 많은 한자어가 그렇듯 같은 뜻의 한자가 모여 만들어진 한자어입니다.
'語'라는 한자에는 '글','문자'라는 뜻이 없습니다. 당장 옥편을 찾아보시길.
初級日本語学習
こんにちは~ さようなら ありがとう どういたしまして
~です ~ます ~に
以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