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를 하면서 한문을 좀 배웠거든. 유현목 감독의 ‘문’이라는 영화를 할 때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라는 말이 나왔어. ‘즐거우면서도 무절제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상하지 않는다’ 이런 뜻인데, 그 후로 이걸 애들에게 가훈으로 들려줘. 즐거워도 질탕거리지 말고, 슬퍼도 너무 아파하지 마라. 내 성격과 맞아. 담담한 마음이지.드라마를 마치고 정 회장(고 정주영 현대회장) 집으로 초대를 받았어. 그런데 그 댁에서 술 먹고 스태프들 간에 충돌이 좀 있었어. 그때 내가 나서서 말렸거든. 그랬더니 그 어른이 내 어깨를 탁 치며 ‘당신 말이야, 수놈 기질이 있군’ 그러더라고. 이후 가끔 식사에 초대받고 만나고 했지. 그러던 어느 날 전원일기에 출연하고 싶다는 거야. 농사는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 그때 우리가 20분 분량을 준비해 놓고 진짜 기다렸어. 그런데 결국 출연을 못했지. 회사 간부들이 얼마나 말렸겠어, 허허.음…. 그건 사회에 대한 폭력이야. 일가친척, 자신에 대한 폭력이고. 물론 폭력을 저지른 입장을 고찰할 필요는 있어. 그러나 죽음은 자연사 외에는 모두 폭력이야. 진실이는 내가 국민배우를 기대했어. 그래서 아직도 한 방 맞은 것 같아. 어쩌면 국민이 한 방씩 맞은 거지. 그렇게 폭력적일 수가 있어? 내가 슬펐으니, 너희들도 놀라라? 좋은 연기자는 내 목숨이 내 것이 아니라 국민 거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 밤이 되어야 별이 빛나는데, 그 밤과 같이 못 새우면 안 돼. 연기자는 그 빛이 더 날 때도, 덜 날 때도 있는 거야. 참고 견뎌야지.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bklove.info/trackback/874

에서 구독하세요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