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이 사람의 성격을 좌우한다고 하는 믿음은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아주 강력한 믿음입니다. 사실 이런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처음 퍼뜨린 일본에서도 이런 믿음은 한국에 만만치 않은데요. 그래서 프로필에는 혈액형 정보가 들어가고, 실제로 성격과 연관지어 생각하기도 합니다.
믿음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국에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국내 최대의 검색포털인 '네이버'에서 "혈액형"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친절하게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링크까지 따라나옵니다. (다음에서도 역시.. )
제가 나가는 모임에서도 사람들이 여럿 모일라치면, 혈액형에 대한 질문은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혈액형이 뭐에요?'
'A형인데요'
'소심하시겠네요'
'B형입니다'
'어쩐지...^^!!'
심지어 요즘은 결혼을 위한 배우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정확한걸까요?
혈액형이 과연 우리의 성격을 아주 조금이라도 좌우하는걸까요?
우선 양쪽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1. 찬성파의 이야기 : 혈액형에 대한 성격을 보면,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주위에 있는 사교성이 많은 사람들은 B형이 많고, 이 사람들은 싫증을 자주 느낀다. A형은 역시 소심하다. 이게 과학적으로 100% 검증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실제 생활에서 느낄 수 있다. 어떤 혈액형의 성격을 분석해보니.. 다른 혈액형에 비해서 특정 성격을 많이 나타낸다면 그 혈액형의 성격으로 볼 수 있는거 아닐까?
2. 반대파의 이야기 : 혈액형은 4가지로 구분된다. 혈액형으로 구분이 된다면, 전세계의 사람들이 겨우 4가지 유형으로 구분 된다는 말인가? 사람의 성격을 혈관에 흐르는 피로 구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실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많이 믿는 것은 한국/일본뿐이며, 심지어 외국사람들은 자신의 혈액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다. 이런 혈액형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의 시초는 서양에서 동양을 지배, 무시하기 위한 수단이였을 뿐인데.. 그것을 동양인들이 바보같이 다시 믿고 있다.
자, 당신이라면 어느쪽에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예전에 SBS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제목은 "혈액형의 진실(51회, 2006년 8월 20일 방영)"입니다.
방송의 결론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결론은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에 대한 믿음은 근거 없다"는 것 입니다. 먼저 잠시 이야기를 돌려 TV에서 나왔던 혈액형과 인종에 대한 상관관계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위의 분포도는 각 혈액형의 대륙별 분포도입니다.
우리는 혈액형의 비율 분포가 각 인종별로 동일할거라 예상하지만, 실제로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유럽에서 A형이 아주 빈도가 높다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B형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인데요.
혈액형이 1900년 독일의 병리학자 란트슈타이너에 의해서 발견되고 얼마뒤, 혈액형을 분석해보니.. 유럽을 중심으로해서 백인과 오랑우탄, 고릴라 등의 고등 원숭이류에게는 A형이 많았고... (슬프게도?) 동양인과 하등 원숭이는 B형이 많았다고 합니다. 바로 이게 최초에 혈액형이 인종차별을 위해서 사용하게 된 원인이라고 합니다. 당시 백은들은 한마디로 A형이 다른 혈액형보다 우수하다라는 결론을 내린바있죠. (물론 요즘 혈액형 성격은 그와는 조금 다른 결론에 도달하긴 합니다.)
이제, 다시 한국/일본의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만약 원래 시초는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중에 O형의 비율이 높다면.. 그렇다면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고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했던 통계에서 이런 믿음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혈액형이 성격을 좌우한다고 하면.. 외향적인 성격을 가졌다고 하는 O형은 수치가 가장 높아야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O형과 반대로, 오히려 소심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A형의 외향성에 대한 수치는 오히려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사실 혈액형의 근거는 아주 빈약합니다. 단지 읽어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그런거 같다는게 전부입니다. 이는 우리가 점을 보러 갔을 때, 그리고 점쟁이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보통 틀린 정보는 지나치게 축소해서 생각하고, 맞는 경우는 지나치게 과장해서 맞다고 생각하는 오류와 비슷합니다. 또 일반적인 이야기, 모두에게 맞는 이야기를 마치 자신에게 맞는것으로 생각하는 이른바 바넘 효과와도 연관이 있는데요. 결국 그렇게 하면서 점의 결과를 맹신하게 되는거죠. 혈액형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다른 통계에서도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오류는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개그맨에서는 B형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며...
운동선수중에는 O형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는 A형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일본에서 공격수에 어울리는 혈액형은 O형과 B형이라고 하는데.. 실제 살펴보니 A형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물론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혈액형으로 성격을 살펴보는 것은 재미삼아 장난으로 하는건데.. 그걸 가지고 뭘 그러냐?" 하는 이야기인데요. 맞으면 그만이고, 틀려도 별로 상관없는게 아닌가..하는.. 오히려 점짐에서 점을 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맞을 수 있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 혈액형의 성격 분류가 자칫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게 하고, 자신의 혈액형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서, 오히려 진짜 자신의 성격을 그쪽으로 향하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일 수도 있고, 심리학적으로 볼 때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대에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성격이 변할 수도 있다는 말 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가끔 일어나는 혈액형과 관련된 대화를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이 실제 성격을 반영한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오히려, 일부 우리가 알고 있는 혈액형의 성격과 실제 그 사람의 성격이 다를 경우... 그걸 조금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평범한 외향적인 성격의 A형이 그 성격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서 소심하게 변할 수 있고, 반대로는 분명 외향적인 사람인데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 그 사람이 소심하게 행동했다면 (다른 혈액형이면 그냥 넘겼을 수 있는데도) 우린 그 사람이 평소 성격과는 상관없이 원래 그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피는 소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게 된다는겁니다.
끝으로 TV에서 나왔던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참고로 대한민국의 혈액형 비율은 A형 34% B형 27% O형 28% AB형 11%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적당히 고루 분포된 비율이 혈액형의 믿음을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고 하는군요. 한쪽으로 쏠릴 경우 다른 혈액형 사이의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테니까요.
[관련 기사]
정말로 A형은 일편단심, B형은 바람둥이일까?
최면에 걸린 한국인의 혈액형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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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본 달콤살벌한 연인에서 그거 믿는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다면서 광분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
저도 이거 보면서.. 그 부분이 살짝 생각나더군요~ ㅋㅋ
극중에서.. 저 주인공 오바한다 싶기도 했는데~
사실 그게 맞는거 같기도 하고~
실제로 혈액형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보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트랙백 쏘셨더군요 :) 잘 읽었습니다.
혈액형의 진실 한번 봐야겠습니다 ㅡㅡ 허허;
예~ 재밌습니다^^!!
잘 접근했더군요.
사례중에.. 일본에 유치원이 나오는데요.
혈액형으로 반을 분류해서 관리합니다.
혈액형마다 성격이 달라서 정한 방침이라는데..
거기서 말해준데로.. 한국에 와서 실험을 해보니..
순~ 뻥이더군요.
이를테면.. B형 아이들이 정신이 없고.. 정리가 안된다고 했는데..
B형 아이들만 모아서 관찰해보니..
그것도 아니더라구요.
다시 보니 일본 아이들이 그렇게 보이는건..
단지 그 혈액형의 아이들은 그렇게 행동한다는 걸..
알고.. 교육한 어른들의 영향이라 생각하니..
살짝 오싹해졌습니다~
저는 '혈액형=성격'의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 지 '서울'에 살면서 비로소 느꼈습니다.
시골촌놈으로서 가끔은(정말가끔) '서울사람'들이 '단순멍청'하단
생각이 들곤 합니다.(악의가 없는 말이니 욕하진 말아주세요^^)
하하~ 저도 달콤살벌한 연인에서 주인공이 혈액형 성격학 갖고 화내는 거 보면서 오랜만에 혈액형 성격학에 대해 뒤져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이 글도 보게 된 거죠.
아무 근거도 없는 주장이 과학(사실)으로 믿어지고 오해받으면서 빚어지는 촌극이랄까요...... 착각이란 무서운 거죠.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에 왜 매달리는지가 더 궁금하더군요.
글을 읽다고 반론으로 재미삼아~ 라는 것을 언급하셨는데 가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친구들이 재미반 진담반으로 이야기 해서 걍~ 아 글쿠나 하는 식으로 넘어가곤 합니다. ㅎㅎ 그래도 혈액형과 성격은 무관하다는게 결론이죠. 재미있고 유익한 글입니다. 고맙습니다.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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