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투데이 가입자가 100만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트위터는 한국 사용자를 구분하는 방식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략 10-20만명이 가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글을 올리는 사용자의 숫자는 저 수치보다 훨씬 작겠지만… 아무튼 어느 정도 수치가 부풀려져 있고(정확히 표현하면 수치가 실제 쓰고 있는 Active users가 아니라 단지 호기심으로 한번 가입해보고 다시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포함된 Subscribers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이런 큰 숫자를 만든 이면에 스타를 이용한 마케팅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마이크로블로그’ 혹은 ‘싸이월드가 아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시장에서 유의미한 사용자층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서비스 이외에도 경쟁 대열에 들어선 다른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어제 한 신문기사는 SK컴즈에서 시작하는 ‘커넥팅’이라는 서비스가 시작되면 바로 국내 SNS서비스 중 1위가 될 것이라고 했고, 다른 뉴스에서는 트위터/미투데이와 더불어 다음의 ‘요즘’이라는 서비스가 마이크로블로그 3파전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사는 기사일 뿐(!) 현실에서 느껴지는건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면서, 이제는 한국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트위터가 있고, 적어도 국내에서는 미투데이가  트위터와는 다른 독특한 사용자 문화를 형성하면서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거지만 다음의 ‘요즘’과 SK컴즈의 ‘커넥팅’이 ‘미투데이’ 혹은 ‘트위터’의 강력한 경쟁상대가 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그 이유는 서비스를 잘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투데이가 가지고 있는 100만명의 사용자, 그리고 더 큰 부분은 그 100만 중에서 아마 트위터의 10-20만명이 상당수 중복되서 포함되어 있을텐데요(그리고 그 중복된 사용자 중 상당수는 초기 미투데이의 사용자였을겁니다). 나름 온라인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주변에 온라인 서비스를 소개할만한 소위 ‘온라인 서비스의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대부분 트위터/미투데이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비관적으로 봐서는, 누군가 ‘요즘 마이크로블로그가 인기라던데? 어떤 서비스가 좋아?’라고 물어본다고 가정하면… 2가지 선택지(트위터? 미투데이?)가 있을 때에 비해서 4가지 선택지(트위터? 미투데이? 요즘? 커넥팅?)가 있을 때, 뚜렷한 차별점과 이미 많은 사용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자신이 쓰고 있는 앞의 두 서비스 중 하나를 추천할 가능성이 더 많아보입니다. 아무튼 그 부분은 두고 볼 일입니다.*참고: 특히 아래 싸이월드 이야기를 계속 하겠지만, SK컴즈의 커넥팅은 네이트온+싸이월드와 연계점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위 기사의 ‘일단 만들기만 하면 우리가 SNS 1위’의 근거도 3천만 네이트온, 2천 5백만 싸이월드 이용자때문인데요. 암튼 이 부분은 관련기사가 하나 뿐이라 확실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이쯤에서 재미있게 봐야할 서비스는 오히려 ‘싸이월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입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보죠.
 
실제로 미국 시장만 놓고 봤을 때 트위터의 성장세도 무서운 수준이지만, 페이스북는 최근 몇년 사이에 가장 많이 성장한 서비스입니다. 이제 다른 서비스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좀 더 자료에 근거해보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모두 현재 비상장 회사입니다. 그러니 이들 회사 주식의 정확한 가격을 측정할 수 없지만, SharesPost와 같은 비상장 주식의 거래 및 동향을 알 수 있는 사이트를 거치면 대략적인 주당 가격 혹은 (시장이 바라보는) 회사의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곳에서 페이스북의 시장가치는 $11,740,500,000(한화로 13조쯤)입니다. 트위터는 $1,435,000,000이구요. 페이스북 안에서 구성된 소셜 네트워크 기반의 게임으로 시작했던 Zynga만 해도 이제는 $2,607,833,333로 트위터보다 높습니다. 이렇게만 따져보면 페이스북은 트위터에 비해서 8배나 시장 가치가 높은 회사이고 서비스란 의미가 됩니다.
 
실제 사용자들의 방문자수(UV)에서도 이런 차이는 뚜렷하게 보입니다. 트위터가 모바일에 강해서 굳이 웹페이지를 방문하지 않고 iPhone APP 등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고유 방문자수의 숫자 차이는 꽤 됩니다(아래 그래프 참고하면 대략 6배쯤 차이가 납니다). 거기에 각 서비스의 모바일 웹페이지 방문자의 숫자를 비교했을 때 트위터가 2009년1월에 비해서 2010년 1월에 347%나 성장을 했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112% 머물긴 했으되 방문자수만 놓고보면 페이스북이 5배나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2009년 1월의 트위터 모바일 페이지 방문자가 적은 탓에 %만 놓고 봐서 페이스북의 성장이 적어보이는 것이지, 실제 1년 사이에 늘어난 모바일 페이지 방문자 숫자는 페이스북이 1300만명 늘어서 2513만명 / 트위터가 370만명 정도 늘어서 470만명이고 결국 증가된 숫자도 페이스북이 훨씬 높습니다. 물론 이것도 iPhone App을 통한 사용자가 반영되진 못했는데요. 솔직히 그 부분도 제 생각엔 페이스북이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쯤에서 당연히 지금까지 글을 읽으셨다면 예상되는 질문입니다. “왜 한국에서 페이스북은 인기가 없을까요?” 사이트 자체만 놓고본다면 트위터가 워낙 간단한 서비스이긴 하지만, 페이스북은 심지어 한글로도 제공되는데. 한 발 더 나아가보면 “트위터 보다 훨씬 높은 방문자와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페이스북 모델은 아무도 만들지 않는걸까요?” 실제로 구글에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지 검색을 해봐도 뚜렷한 사례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관련된 종사자들이 생각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웹서비스 “싸이월드“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같이 SNS라는 카테고리에 묶여있긴 하지만, 상당히 다른 성격의 서비스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SNS의 근간이 되는 다른 사람들의 관계입니다. 즉, Following(따라읽기)과 Friend(친구맺기)의 차이이죠. 트위터는 누구나 Following을 할 수 있습니다. 개방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Follower/Following의 사람들과의 유대감은 적은 편입니다. 페이스북은 Friend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일촌 개념과 비슷합니다.
 
트위터가 “난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래”였다면, 페이스북은 “너 나랑 친구할래?”의 컨셉인 것입니다. 옆길로 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이런 점에서 한국형 트위터라고 불리는 미투데이의 스타마케팅을 통한 단기간 눈부신 성장을 미투데이의 사용자층이 가진 문제(거긴 마케팅으로 들어온 스타와 소녀 팬들만 있어)로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미투데이는 NHN에 흡수되면서 자금력-시장영향력-마케팅 역량을 통해 스타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애초에 트위터-미투데이는 그런게(어떤 스타의 이야기를 누구나 들을 수 있고, 엄청나고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그리고 대부분 무시되겠지만 그 중에 하나만 피드백을 주더라도 꺅 넘어갈만한 스타-팬 구조) 강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트위터는 완전 공개된 서비스이고 페이스북은 트위터에 비해서 상당히 비공개로 운영됩니다. 제 트위터 페이지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제 페이스북 페이지는 일단 회원은 가입하고 로그인해야 접근이 됩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저와 친구가 되어야하죠. 친구가 된 이후에는 내 페이지에서 친구의 업데이트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싸이월드에 비해서 상당히 커뮤니케이션의 발생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핵심은 약한 유대감을 가진 사람들끼리 메시지가 공유되고 널리 전파되는 라디오 같은 트위터에 비해서, 비록 연결된 친구의 숫자는 훨씬 적더라도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페이스북이 사용자로 하여금 훨씬 강한 애착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트위터를 아주 열심히 쓰는 사용자가 어느 날 무슨 일이 생겨서 며칠 트위터를 쓰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요? 몇몇은 그걸 깨닫겠죠. @을 달아서 질문할 것이지만, 곧 다른 메시지들에 묻혀서 관심에서 멀어질 것입니다. 트위터의 단점이라기보다는 트위터는 애초에 그런 부분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메시지들이 유통되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제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지만) 앞에 @를 달아서 질문하는 사람은 트위터에서 단지 Follow 관계에 있는 것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이미 알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트위터를 열심히 쓰다보면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계속 Follower의 숫자가 늘게 됩니다. 1000명, 10000명의 사람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 상당히 피곤한 일이 됩니다. 그러다보면 10000명 중에서도 나와 유대를 맺고 소통하는 몇몇의 ‘좀 더 강한 유대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죠. 이런 부분들이 바로 페이스북이 원천으로 삼고 있는 관계에너지입니다.
 
트위터는 물론 정말 매력적인 서비스 모델이죠. 미투데이 또한 멋진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유사한 서비스들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500만, 1000만의 사용자가 생겨날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질문해 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오프라인 관계들(친구-회사동료-가족), 트위터의 Follower보다는 친밀도가 높은 온라인 친구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관계 에너지를 불태울 수 있는 그런 서비스말입니다. 싸이월드가 이미 그런 에너지들을 모두 소모해버린걸까요? (물론 이렇게 글을 쓴 제 대답은 “여전히 우린 그런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라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