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제 이야기부터 좀 할께요.사실 전 운동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싸움도 (일단 몸으로 하는건 솔직히 다…) 못합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운동경기를 하는건 그 자체로 제게 공포였죠. 물론 제 여자친구의 우려(!)와는 달리 친구들은 많았으니까(!!), 곧잘 어울려하긴했죠. 그러나 무언가 내가 잘 못한다는걸 인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몸을 긴장상태로 만들어버리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더 못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머리를 쓰는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였어요. 웬지 이러니까 우울한 찌질이(^^)를 떠올리실지 모르지만 잘하는게 하나도 없었던건 아니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늘 낙천적이였고(결국은 대부분 상황은 다시 좋아졌습니다), 꿈을 쫓고 있었고, 책읽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꽂이에 책이 차곡차곡 늘어났습니다. 물론 나름의 구입 기준이 있었죠. 가급적 소설은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빌려보는 것을 선택했고, 읽고나서 마음에 드는 책은 (누구보다 제 스스로 다시 읽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구입해서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아두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거든요. 그리고 책이 마음에 들면 저자의 다른 책이나, 본문에서 저자가 추천한 책들을 구매해서 봤습니다. 어느 덧. 스무살이 넘었을 무렵 드디어 제가 제 몸으로 잘하는 것을 찾았습니다! 바로 ‘술마시기’. 덕분에 책을 읽는 시간이 조금 줄었습니다만, 그렇다고 책을 구매하는게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경제적 여유는 많아졌거든요. 결론은 많은 책을 사고 다 읽지 못합니다.
 
시간이 흘러. 책꽂이는 점점 칸이 부족해지고, 쌓기를 하다가 결국 새로운 책꽂이를 사게 됩니다. 문득 책꽂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 꽂혀 있는 책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줄 수도 있겠다…라는…
회사 사무실을 이사를 하면서 회의실 한켠에 책꽂이를 놓았습니다. 책꽂이에서 2칸을 찍어봤는데요. 대부분 제가 원해서 구입했거나, 가져다놓은 책들입니다. 대충이나마 제 관심사가 보이시죠? 물론 정확하진 않지만, 어떤 한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종교인지, 성향이 어떤지, 뭘 공부하고 있는지 어렴풋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들자, 질문이 많아집니다. 우리의 책장이 공유되면 어떨까? 우리 회사 팀원들의 책장을 공유해서 가상의 도서관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니면 단지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잘 정리할 순 없을까. 거창한 리뷰말고 글에 대한 내 감상이나, 좋은 구절을 간단히 남겨놓을 수 있다면 어떨까. 베스트셀러 목록이 아니라 정말 내가 읽을/읽어야할 책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준비하고 있는 유저스토리북(userstorybook.net)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우리를 말해준다. 물론 ‘책읽기’라는 습관에 관해서 대한민국은 여러번 지적된 안좋은 통계들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OECD국가에서 가장 독서량이 낮다거나 하는 조사말입니다. 하지만, 꼭 나쁜 결과만 있는건 아니더군요. 한 해 온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숫자(UV)가 1000만에 이르고,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독서인구는 62.1%로 2007년의 조사에 비해서 3.2%가 늘었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20-29세의 경우는 숫자가 81.6%로 올라간다는 것 입니다(생각외로 우리나라의 20대는 책을 열심히 읽고 있었습니다. 20대가 1년에 읽는 책은 약 19권 정도라는군요). 비록 전체 발행부수가 줄어든 것(19.6%하락)은 아쉽긴해도 2008년에 발행된 신간 종수는 전년도에 비해서 4.9% 늘었습니다. 발행부수가 줄어든 것은 경기침체가 원인인 듯 싶습니다만, 다양한 종류의 책들과 젊은층의 독서열기가 앞으로 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